Tolemyan Crash!!!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다는 말은 여자에게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시커먼 사내녀석에게 그런 말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지각과 혀에 대한 일종의 모욕이라고까지.
"뭐 할 말이라도 있나?"
하지만 눈 앞의 청년은 다르다. 남성과 여성의 성 차이를 뛰어넘어, 어느 성이 어떤 눈으로 보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거기 있었다. 단아한 얼굴, 흰 피부, 단정한 눈매는 싸늘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눈매는 불쾌함으로 인해 약간 일그러져 있다.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에게 짜증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알 수 없는 흡족함이 느껴졌다면 지나친 악취미일까.
"별로, 교관님이 그렇게 신경질 낼 건 없을텐데 말이지."
"허세부릴 여유가 있다면 훈련에나 집중해 둬."
날카로운 붉은 시선을 휘감고 눙치며, 초록 눈동자의 남자는 입끝을 올렸다. 티에리아 아데, 그가 들어와서 목격한 셀레스티얼 빙은 일견 더블오 파일럿 세츠나. F. 세이에이가 리더인 듯 하고 전술예보사라는 그 여성의 지휘를 받는 듯 했지만 실질적으로 그 중심에서 단단히 자리잡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청년이라는 것을 그는 곧 파악해 냈다.
미묘하게, 아주 미묘하게 - 매우 막무가내로 보이는 저 세츠나 F 세이에이마저 이 청년의 의견을 구하고, 하려는 일을 이야기하고, 어떤 가벼운 형식으로든 승인을 받는다. 그것이 바로 리더 아닌가 말이다. 아니, 이끄는 자(리더)는 아니더라도 중심, 이라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그런 티에리아가 라일에게 날을 세우고 대한다는 것은 라일로서도 별로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스파이의 정석이라면 어떻게든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 놓는 것이 좋다. 특히 이렇게 상대 진영의 중심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신경써서 꼭 좋아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쪽에 무심한 상태로 만들어 두어야 편할 것이다. 그럼에도 라일은 늘 그런 결과를 불러오리라는 걸 알면서도 티에리아의 기분을 거슬리게 만들어놓고는 했다.
왜일까, 사실 라일은 이미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본 적이 있었다. 왜 티에리아를 보면 적절히 무심한 선 밖으로 나가질 못하고 이렇게 반쯤은 고의적으로 저 이맛살-이라기보다 솔직히 티에리아의 그것은 남사스러워도 '아미'라 불러줄 만 했다. -에 주름을 만들 말을 한두마디씩 던지게 되는가 말이다. 게다가 그것이 바로 자신의 형, 닐 디란디에 대한 티에리아의 감정과 연관이 있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머리 끝을 기분나쁘게 잡아끄는 느낌이었다.
그렇다. 톨레미에 처음 들어왔을 때, 펠트라는 소녀는 당황했고, 알렐루야라는 청년은 경악했고, 이제 드디어 이름을 다 외운 스메라기 리 노리에가는 말을 더듬었고 다른 사람들은 그저 놀랐지만 저 티에리아는 대뜸 언짢아했다. 한 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 뒤로 보인 적대적인 반응은 그러나, 처음 생각했던 대로 그가 라일의 형과 소원한 사이였기 때문이 아니었다. 데이터를 검색해 본 결과 오히려 4년 전의 셀레스티얼 빙 대파 직전 전투기록에는, 형의 부상이 저 티에리아 아데를 감싼 결과라는 것까지 들어 있었던 것이다.
"글쎄, 사실 따져묻고 싶은건 이 쪽인데 말이지..."
사실상 잔소리가 반 이상이었던 시뮬레이트 결과 분석 시간을 마치고 나오면서 라일은 티에리아 귀에는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대체, 저 귀여운 교관님과 형 사이에 무엇이 있었기에 저러는 건가 말이지.
"뭘 따져묻고 싶다는 건가. 중얼거릴 것 없이 여기서 말해라."
......웁스. 라일은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여전히 엄중한 표정을 한 티에리아가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 음? 뭐라고?"
"눙칠 생각 하지 말고 말해라. 따져묻고 싶은 게 뭐지?"
보랏빛 시선이 이 쪽을 싸늘하게 바라보고 있다. 마주치는 순간 등골에 흠칫 하고 긴장이 달릴 정도로 압박이 들어간 표정이다.
하지만 긴장한 것도 그 순간 뿐, 라일의 예리한 눈은 차갑고 단단한 벽 뒤에서 뭔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해 냈다.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지만, 확실히 지금 티에리아 아데는 묘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묻기는 뭘? 우리 교관님께 너무 야단맞아서 좀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습니다요~ 따라가느라 가랑이 찢어지는 학생 생각도 좀 해 주세요."
티에리아의 눈이 더 가늘어지는 것을 보며 라일은 부러 더 화사하게 웃어주었다.
"미안해,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듣다 보니 좀 짜증이 났었어. 다음번엔 좀더 잘 할 테니까 봐 달라고."
어째서일까.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전법이 이렇게 안 먹혀든 적도 별로 없었는데, 티에리아는 라일이 이렇게 부드럽게 물러날수록 더 차가운 눈으로 날카롭게 노려보며 뾰족한 말을 한다.
"그러니까, 따져묻고 싶다는 것은 내 조언에 대한 이야기인가? 확실히 하고 싶군."
"아니 뭐 꼭 그렇다는 건 아니고, 이 쪽은 아무래도 셀레스티얼 빙 여러분처럼 단련된 몸이 아니라,"
"여러분, 이 아니다."
차갑게 가르고 들어오는 말에 라일이 멈칫 말을 멈췄다. 그 말의 절단면에 서서, 티에리아는 여전히 라일 쪽을 싸늘한 시선으로 보며 말했다.
"그 점이 거슬린다. 마이스터라는 자각을 갖는 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타자화는 그만두도록 해."
라일은 순간 혀를 물어서라도 그 다음 말을 막았어야 했다고, 가끔 생각했다. 물론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하게 된 생각이었지만.
"헤에- 그럼 이 몸을 동료로 받아주고 있다는 얘기?"
"받아주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겐-"
"네 기의 건담이 있고, 조종사도 네 명 필요하시다?"
"......그렇다."
얼음칼로 내려치는 것 같은 말투였고, 그에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그 얼굴로 다시금 확언하는 것이다.
동료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거기까지 생각이 가 닿은 순간, 라일은 티에리아의 지금 태도에 대해 뭔가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경악, 놀라움, 죽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 그런 것들이 나타나는 또다른 모습이 저것 아니던가. 순간, 가끔 크라우스가 '사람나쁘다'고 표현하던 미소가 그대로 라일 디란디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렇게 닮았어?"
책임감 강한 성격, 사람들 잘 곁에 두지 않고, 다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책임감은 가장 강한 성격. 그런 성격의 사람이 "내 탓"으로 다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나? 그리고 그 사람이 아닌, 꼭 닮은 다른 사람을 본다면?
"...무슨 소리지?"
늘 뒤를 따라다니다 요즘은 보이지 않던 그 펠트라는 소녀와 이 청년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렇데 닮았냐고 묻고 있어."
거짓말을 못 한다. 너무 서툴러.
당황하는 기색은 거의 비치지 않는다. 아름다운 얼굴은 마치 반짝이는 가면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눈은 분명 흔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니, 정정하자면 라일의 눈에만 보일 정도로.
"...얼굴을 말하는 거라면 기분나쁠 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그게,"
"어 그래? 그럼 다른데는 안 닮았고?"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그렇게 고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싶은 건가?"
라일은 그 아름다운 얼굴 앞에 다가가,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있지만 분명 흔들리고 있는 붉은 눈동자를 흥미롭게 들여다 보았다.
"내 말을 오해하고 있는데 말이지, 교관님."
조금 더 큰 키로 살짝 내려다볼 수 있는 얼굴 앞에서 부러 약간 허리를 굽혀 눈을 마주한다. 보통 대화하는 것보다도 꽤 가까운 거리까지 얼굴이 다가왔는데도 전혀 동요하지 않고 이 쪽을 마주봐 온다. 그런 시선이야말로 어디 해 볼테면 해 보라고 도발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지.
"난 왜 날 이렇게 대하는지를 묻는 거야. 내가 닮았나가 아니라."
턱 끝을 들어올리고, 그제서야 앞으로 다가올 일을 깨닫고 눈이 커지는 것을 즐겁게 마주보아 주며 입술로 입술을 덮는다. 경직하는 어깨를 양 손으로 세게 잡고 마침 바로 뒤에 있는 벽으로 밀어 중심을 무너뜨린다. 벽에 기대지 않을 수 없게 만들면 저항하기 힘들어지니까.
놀라 벌어진 입에 잽싸게 혀를 들이밀어 아까부터 싸늘한 말만 내뱉던 따듯하고 부드러운 혀를 감고 밀어붙였다. 순간 호흡이 막혀 당황하며 흘린 소리를 즐기며, 체중을 버티기 위해 벌어진 다리 사이에 몸을 밀어넣는다. 어깨를 붙들고 있든 팔을 내려 허리를 안고, 부드러운 단발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보며 슬쩍 몸을 빼려는 순간,
"..............!!!"
다음 순간 라일은 꼴보기 사나운 꼴로 톨레미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나마 재빨리 혀를 뺐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혀뿌리를 통째로 씹힐 뻔 헀던 것이다. 게다가 콤비네이션으로 발을 세게 밟히고, 반사적으로 물러서려는 라일에게 벽을 박차며 그대로 몸으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말하자면 라일은 혀와 발에 상당한 통증을 느끼며 바닥에 나뒹구는 꼬락서니가 되어버렸다.
"...약하지는 않다고 자부한다. 다음번에 도전하려면 좀더 새로운 방식을 택해 봐."
"......"
손으로 입을 가린채 열지도 못하는 남자는 그대로 바닥에 내러벼 두고, 티에리아는 태연자약한 얼굴로 복도를 향해 걸어나갔다. 남은 라일 디란디는, 분명 진지하게 시작했는데 왜 마무리가 개그가 되어버린 것인지 고인이 되어버린 형에제 진지하게 물어봤지만 당연히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