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런 겁니다..
즐겁지 않아요.
뭐 신명나지 않다던가 정부가 훌륭하지 않다던가 하는 너무 당연한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굳이 얘기하고 싶어지지가 않아요. 이건 뭐 모두가 이미 저 집단이 정신 나갔다는 것도 알고 있고 다들 입만 열면 거기 공감하고,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어 버리거나 아예 말도 안되는 얘기만 하고 있고, 좀 머리가 든 사람들 중에서 아직도 저 집단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보통 자기계층 이익에 대해서는 저 집단이 호의적이기 떄문에 사실 당연하다 싶거나,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거나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거나 하필이면 역사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거나 한 경우라 별로 깊이 상대하고 싶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싸울 맛이 안 난다 이겁니다.
황금숲토끼라는 인종은 사실 그렇습니다. 싸우고 싶어서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릴 때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대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 때의 얘기고, 상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나름 다른 생각을 이것저것 짚어볼 수 있다던가, 제가 충분히 반격받을 수도 있는 그런 것일때 즐거운 겁니다. 최고는 그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제가 몰랐던 것을 알게 되고 뒤통수를 맞는 것이죠.
지금은 그런 게 없습니다. 너저분한 기득권이 '없는 것들은 그저 쥐어짜야 엉덩이를 들고 일이나 좀 하려 들지. 그놈들에겐 지금 받는 돈도 과분해.' 이런 중세 악덕영주들이나 중얼거릴 법한 말을 하며 자기 돈 은행에 꿍쳐두고, 개미와 중산층이 자살하거나 몰락하고 나면 한탕 벌 생각으로 (더 장기적으로는 그렇게 쓸어버리고 난 뒤엔 자식과 손주가 기다리는 꿈의 낙원 미국으로 떠날 생각으로) 희희낙락하며 "세계적인 불황이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어~" "일자리나 만들면 다행이지 니들 배부른 소리 하는구나~" 따위로 놀고 있으니 이건 뭐 다들 열심히 까고 있잖아요. 뭐하러 저까지 그 마당에 끼겠습니까. 어차피 늘어놔봐야 욕밖에 더 나오겠습니까.
어차피 기득권층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요. 애시당초 서민들이 받는 고통을 이해한다는것부터가 불가능한 사람들입니다. 쥐어짜고 또 쥐어짜서, 자신들의 향락을 제공해 줄 세금원 내지 노동원으로밖에 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런 기득권층에게서 어떻게 해야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고 "우리의 인권"을 제대로 인식시킬 수 있을까요.
있는 것들은 죽었다 깨도 모릅니다. 유혈혁명 외에는 길이 없죠.
어때요, 제법 솔깃하게 들리지 않나요? 물론 이건 제 진심 따위 아닙니다. 한번 역사속의 구문을 적당히 어레인지해서 옮겨본 거죠. 예, 아마 마르크스가 이런 심정이었겠죠. 굶어 죽은 자기 자식을 묻을 돈이 없어서 이를 갈던 사람의 심정은 좀더 처참한 것이었겠지만, 인간을 구석에 몰아넣는 것은 사실 굶주림이 아니라 절망이랍니다. 만일 프랑스 정부가 빵조각을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행사라도 했다면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굶주려서가 아니예요, 빵을 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어져서, 남은 희망은 왕과 귀족의 목을 베어 그들의 빵을 빼앗아먹는 것이었을 때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저 짓이지요. "빵집 주인과 그 마누라를 잡으러 가자!"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을 욕하고 세계 경제를 탓하는 것으로 욕심사납게 고집부리며 지금 정부를 편들어줍니다. 개인택시 아저씨 한 분과 대화했는데 노무현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똘똘 뭉쳐계시더군요. 그 분의 말에 따르면 지금 세상은 다 노무현이 만든 거라던데, 좀있다 한나라당이 개인택시 양도를 금하고 경차택시를 만들기로 했다는 것을 그 아저씨가 알게 되시면 어떠실지 궁금해졌습니다. 뭐 그래도 노무현 탓을 하실 겁니다.
이명박은 지금 최강의 창과 방패와 갑옷을 가졌습니다. 창은 경제살리기 논리고, 방패는 노무현입니다. 갑옷은 아직까지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아울러 사나운 민심도 얼마든지 다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거기 덧붙습니다. 굶기면 돼요. 굶기면 된다니까요. 사람들을 구석까지 몰아넣고 이래도 꿇지 않을거냐? 라고 하면 먹고 살기 위해 꿇을 수밖에 없어요. 비정규직 하라면 하고, 노예가 되라면 될 겁니다. 이명박은 가난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그걸 압니다. 그는 거기서 독하게 이를 악물고 인간이기를 포기해 괴물이 된 사람이고,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이명박 같은 인간들이 보기엔 한없이 무르고 한심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굶기면 알아서 말 듣게 돼 있습니다. 최저임금 내리고, 비정규직을 늘립니다. 사업자의 말 한마디에 목숨이 걸리게 만들면 겁이 나서라도 반항 못해요. 정치? 당장 겨울나기가 걱정인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를 걱정하겠습니까? 윗분들이 빵부스러기라도 떨궈주시길 바라며 손을 내밀 수밖에 없죠.
애들은 역사교과서부터 뜯어고쳐서 바보로 만듭니다. 우리나라 고대사 킹왕짱이라고 믿게 만들어놓고, 그 외엔 아무것도 모르게 해 놓으면 "역사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조금도 배우지 못하고 파아워풀 엠파이어 고구려만 홀린듯 외치며 눈뜬 바보가 되어 지금 자신들 위에 올라타고 있는 놈들이 어떤 잡배들인지는 깨닫지도 못하는 겁니다. 문벌귀족을 타고 올라와 주인의 손을 물어뜯는 개 노릇을 한 뒤 결국 지배층으로 충실하게 자리잡은 신진사대부에 대해 그렇게 배웠어도, 자기 신분증을 조작해 올라간 후 아부와 돈으로 벼슬자리 얻고는 당당하게 권력층에 끼어들어간 중인출신 양반이나 부농들에 대해 그렇게 배웠어도, 귀족 밑에서 떡부스러기 받아먹으며 자라 나중엔 제들이 제일 잘난 놈이라고 나대며 주인과 농민들을 짓밟은 사무라이에 대해 배웠어도, 경제귀족으로 자라나 로마 경제를 좌지우지하며 결과적으로는 자영농들을 다 말려죽이고 노예농장을 퍼트려 로마 경제를 좌지우지한 기사계급에 대해 배웠어도, 중세 귀족 밑에서 사무처리나 하다가 부를 쌓더니 진짜 귀족이 되고 싶어서 허덕 허덕 추한 몰골을 보이며 노동자들을 갈취하다 결국 혁명까지 이뤄낸 후, 사실상 귀족만 싹 밀어버리고 제멋대로 권력을 나눠가진채 돈 많은 자에게만 선거권을 준 부르주아들에 대해 배웠어도 아무것도 못 보는 거지요.
그리고 제가 제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그런 글을 쓸 때면 저 자신의 심성도 덩달하 삭막해진다는 겁니다. 여기엔 위트나 여유가 끼어들 공간이 없어요. 노무현에 대한 악의, 이명박에 대한 악의만 흘러넘칩니다. 악의와 악의가 부딪쳐서 세상이 더 삭막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이럴때일수록 사람들이 위트를 갖고 제정신으로 냉철하게 위기를 넘겨야 하는데 그런게 보이지 않습니다. 악다구니와 수라도속에 서로를 헐뜯고(뭐 이렇게 군자처럼 말해봤자 지금 이 글도 그 선상입니다. 할말 없어요.) 서로의 말에 다치지 않기 위해 껍질을 두껍게 만들고 고집을 굳히고 자신이 남의 말에 피흘리지 않는다는걸 자랑스럽게 여기며 상대를 향해 발톱을 가는 이 모드가 싫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요? 앞으로 4년간 지금의 기분을 기억했다가 표를 행사하는 겁니다. 그리고 만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람들에게 지금을 기억해 달라고 하는 거지요.
지금 이명박에 반대하시는 사람들은 4년 뒤를 내다보셔야 합니다. 한나라당 기본 지지율 40%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겁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나라 서민들은 모두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자신을 지배계층 내지 중산층에 넣고 생각하는 한심한 버릇을 지니고 있습니다. 고로 4년 뒤에 그들은 또 집값을 올려주고 경제를 살려줄, 부자들을 찍을 겁니다. 부자들을 찍어주면 부자들과 자신이 동일화된다는 일종의 환상을 앓고 있거든요. 예, 레이건을 쏘면 레이건만큼 위대해져서 조디 포스터가 자신을 사랑해 줄 거라고 믿은 힝클리처럼 말입니다. 자신은 지금 잠시 부자가 "덜"되었을 뿐, 곧 부자가 될 것이기에 굳건히 현금자산 30억 이상인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해 부자가 될 길을 열어줄 거라고 믿으며 투표할 겁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또 경제불황을 만들고 이용해 자신을 훨씬 불려놓겠죠. 암튼 무슨 말을 해도 안 통할 거고, 무슨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들은척 입을 꾹 닫고 한나라당을 찍어줄 겁니다. 다음번 한나라측 후보가 딸을 죽여 요리해 먹고 아버지를 범하고 어머니로 스너프를 찍고 부인을 미아리에 팔아넘겼다고 해도 조작이라고 우기며 "그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이 없어서" 찍어줄 거예요. 그러니 나머지 60%가 투표하러 가는 수밖에 없죠.
봤죠? 그래서 결국 재미없다는 거예요. 결론은 그거 하나라구요, 잊지 말고 가서 투표 합시다. 이 결론이 어디 한두블로그에서 나왔나요? 너무 뻔해요. 지금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80%는 짜증난 얼굴로 "아씽 또 뻔한 글이넹" 하고 계실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글을 왜 쓰냐고요?
.......던전을 너무 돌아서 손 좀 쉬려고요.
그럼 다들 즐와요~ (아까 얼음더미위에 푹 꽂아뒀던 칼을 들고 다시 노스렌드로 가는 토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