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피리스의 일기..
(1기만 보고 써서 2기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2306. 05. 07
날씨: 맑음
숙제임무:완료
오늘 아침 오빠가 차려준 토스트는 맛있었다.
맛있다고 칭찬해 줬더니 괜히 쑥스러워했다.
쳇, 별로 좋아하라고 한 칭찬은 아니다. 그러니까 부자연스럽게 웃지맛.
2306. 05. 08
날씨: 흐림
숙제임무:완료
학교 부근에서 날뛰던 흑장미파가 셀레스티얼 빙에 의해 토벌당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매우 무서운 표정이 되었고, 오빠는 어쩐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겁쟁이 같으니. 셀레스티얼 빙인지 뭔지, 만나면 혼내줄 테다.
2306. 05. 09
날씨: 맑음
숙제임무:없음(주말)
아버지가 길에서 깡패를 만난 김에 곱게 허리를 접어줬다고 한다.
셀레스티얼 빙인가 했지만 아니었다고. 아쉬워라.
왠만한 깡패들은 아버지에겐 힘도 못 쓴다.
우리 아버지는 '러시아의 성난 곰'이라고 불리던 이종격투기 선수였다고.
얼굴의 흉터를 보고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바보들.
민 사범님이 아버지는 역시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2306. 05. 10
날씨: 맑음
숙제임무:없음(주말)
오빠가 생리를 시작했다. 아빠는 남자는 생리 따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오빠를 보면 알 수 있다. 남자도 생리 한다. 1년에 3일 정도지만.
일단 가리마 방향이 반대가 되고 괜히 언행이 난폭해진다.
아빠 앞에서는 용케 생리 안 하는 척 숨기고 있지만 내 눈까지 속일 수는 없다.
오늘은 셀레스티얼 빙이 두개 조직을 한꺼번에 아작냈다고 한다.
놈들, 완전 자기들 세상인 줄 알잖아?
2306. 05. 11
날씨: 맑음
숙제임무: 미완(젠장!)
오빠라는 인간이 생리를 시작하더니 아주 개판이 됐다.
아스팔트위의 껌딱지라니, 소심 짝눈 주제에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너무하는거 아냐?
열받아서 싸우다 그만 숙제를 못 마쳤다.
이기지 못해서 분하다. 머리가 끊어지게 아플 때까지 아빠 넥타이로 머리통을 졸라 줄 걸.
셀레스티얼 빙은 여전하다. 쳇.
2306. 05. 12
날씨: 맑음
숙제임무: 간신히 완료
우리 귀여운 여동생 운운하지 마라! 키는 멀대같이 커서 번호는 57번이나 되는 주제에
아침 조회 끝나더니 내 자리까지 와서 도토리 꼬맹이 운운하는 바람에 눈물이 날 뻔했다.
옆 녀석들은 이게 놀림인 것도 모르고 너희 오빠 멋있다를 연발하는데,
정작 지내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근데 왜 저 녀석도 도시락은 맛있게 만드는 걸까? 흥.
2306. 05. 13
날씨: 맑음
숙제임무: 완료
간신히 오빠의 생리가 끝났다. 어쩐지 그간 있었던 일을 알고 싶어하는 것 같았지만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이것이야 말로 복수다! E반 57번!!!
아빠에게 셀레스티얼 빙과 만나면 꼭 내가 때려잡겠다고 했더니,
내 나이에 싸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건 옳지 않다고 꾸지람을 하셨다.
하지만 난 놈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2306. 05. 14
날씨: 비옴
숙제임무: 완료
신임 교사가 왔다. 이름은 록온 스트라토스.
.....사람 이름이냐.
솔직히 내가 봐도 섬세하게 잘 생긴 얼굴이라 여자애들 다 난리났다.
그런데 어째서인가 저녁식사때 그 얘기를 하자 오빠라는 인간이 젓가락을 떨어트리질 않나,
떨어진 젓가락 줍다가 그릇을 엎질 않나, 엎어진 반찬을 닦다가 내 물컵까지 쏟질 않나...
대체 무슨 일이지?
그러고보니 학생주임 그라함 선생이 새로온 교사가 어쩐지 낯익다며 괜히 대쉬하다
끌어안기까지 했다는 말을 했을때의 일인 것 같다. 뭐지?
2306. 05. 15
날씨: 흐림
숙제임무: 완료
아무래도 난 호모오빠를 둔 것 같다. 내 입에서 "록온"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반드시 뭔가가 엎어지거나 떨어진다. 그리고 그라함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흠칫거린다.
그 인간 연애전선이야 나랑 상관없으니까, 아빠에게 들키지만 마라 바보같으니.
그런데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학교에서는 얌전하게 양복을 입고 있는 록온 선생님이지만
방과 후 택배총각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걸 봤다는 것이다.
......부업하나?
2306. 05. 16
날씨: 비옴
숙제임무: 완료
토요일이라 일찍 끝났는데, 이상한 외국인 녀석을 만났다.
왜 이상한가 하면, 학교 담벼락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무려 양손에 나이프를 들고 서 있는 바람에 모두 쳐다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학생주임이 "흉기는 금지다, 소년!"이라고 외치며 달려들려고 했는데,
우리학교 짱임을 자처하는 콜라사워가 덤벼들어서 담벼락 위에서 무려 싸움이 벌어져 버렸다.
그 뒤로 벌어진 일은...우와. 굉장한 나이프 놀림이어서, 콜라사워는 당장 피 한방울 안 흘리고
팬티와 런닝셔츠 차림이 되는 망신을 당했다.
그 녀석은 엄청난 강자이거나 대단한 변태임에 틀림없다.
몇몇 애들 말로는 셀레스티얼 빙의 일원 중에도 칼을 잘 쓰는 녀석이 있다는 것이다.
저 정도로 강할까? 저런 강자들과 붙는다니 긴장된다.
2306. 05. 17
날씨: 맑음
숙제임무: 없음(주말)
무서운 얘기를 들었다. 셀레스티얼 빙에는 '세라복 미소녀'가 들어있다고 한다.
왜 무서운가 하면, 엄청난 미모라서 멍청한 일진들이 정신을 못 차리면
상냥하게 유혹해서 뒷골목으로 데려가...입원시킬만큼 무시무시하게 후드려팬다는 것이다.
그게 무려 여자애가 들 수 있을까 싶은 대빵한만 통나무로 팬다고 한다.
셀레스티얼 빙! 정말 사악한 놈들인데도,
어째서인가 애들은 덕분에 깡패들이 없어진다며 좋아하고 있다.
다들 바보들인가? 깡패들을 주먹으로 제압해 봤자, 쟤들도 깡패잖아.
2306. 05. 18
날씨: 맑음
숙제임무: 없음(주말)
록온 선생님에게 집중력이 좋다고 칭찬받았다. 미남에게 칭찬받는 것은 매우 기쁘다.
'수업을 제대로 받는 것 외엔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했더니 어쩐지 우울한 얼굴이 됐다.
옆 분단의 펠트가 부모님 문제로 상담을 해 봤는데 아주 상냥했다고 한다.
하지만 장갑은 좀 빼 줬으면... 가죽장갑을 끼고 분필을 들고 있으면 좀 이상하다고.
요리 잘 하는 것 외엔 볼 게 없는 호모남자는 여전히 록온 소리만 들으면 놀란다.
근데 그게 호모라서가 아닐지도 모른다. 어제 그 강자의 얘기를 했더니 똑같은 반응이 나온다.
흠......설마 싸움에 흥미 있나? 생리때도 아닌데? 아니면....
......오빠를 감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락은 맛있지만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닷.
2306. 05. 19
날씨: 흐림
숙제임무: 완료
의외로 오빠라는 인간은 감시하기 어려웠다. 조금 놀랍다.
수업시간 동안에야 얌전히 수업을 받을 테지만, 점심시간에는 기껏 찾아갔더니
아무도 이 인간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이었다. 공기도 아니고 인간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사교생활좀 챙겨라. 어떻게 반에 같이 밥 먹는 친구가 하나도 없냐?
오늘은 정말 운이 없다. 오빠네 반에서 돌아오려다, 복도에서 그라함 선생을 만나는 바람에
불순이성교제에 대한 잔소리를 잔뜩 들어버렸다.
당신, 당신이 애인 없다고 그러는 거 아냐. 당신 책상에 프라모델이 잔뜩 쌓여있다는거, 다 안다고.
2306. 05. 20
날씨: 맑음
숙제임무: 완료
말 그대로 엄청난 미소녀를 봤다! 게다가 몹시 상냥해 보였다. 교복은 옆 학교 교복이었지만...
혹시 저 녀석이 일진들이 말하던 "무시무시한 미소녀"일까?
하지만 완벽하게 손질된 단정한 칼단발에 안경이라니, 별로 주먹을 쓸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선도부 완장이라도 차고 있으면 어울릴 것 같은걸?
오늘도 오빠 감시는 실패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달려왔는데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제 점심, 굶어버렸다. 남은 도시락은 길에서 만난, 깡마른 외국인 노동자 소년에게 줘 버렸다.
어쩐지 본 듯한 인상이었지만 설마, 그 나이프 강자는 아니겠지. 몹시 활발한 성격이었는걸.
도시락을 먹더니 "쵸릿~쓰!"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파키스탄 말인가?
...아무튼 오빠라는 인간이 수상해진다. 내일까지 실패하면 집에서 꼭 물어봐야지.
2306. 05. 21
날씨: 비옴
숙제임무: 완료
오늘도 외국인 소년에게 도시락을 주게 되었다. 밥알 하나 안 남기고 먹는 걸 보니 내 맘이 다 아프다.
파키스탄 출신인가 물어봤더니, 한국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말로 열심히 얘기했다.
...솔직히 말해서, "쿠르디스"한 마디 빼고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집에 와서 검색해 봤더니 매우 불행한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쟤도 열심히 살고 있구나...
오빠라는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인간에게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에 대체 어디 가느냐고 물어봤더니,
록온선생님에게 과외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정확히는, 필통을 엎고 그걸 주우려다 의자에서 떨어지고, 일어서녀다 책상에 머리를 받은 뒤에.
......절대 수상하다. 그러고 보니 록온선생은 분명 택배옷을 입고 돌아다닌댔는데,
요 근래 택배트럭을 본 적이 없다.
2306. 05. 22
날씨: 비옴
숙제임무: 완료
연속으로 비가 오는데, 외국인 노동자 소년은 우산도 없는지 그 비를 다 맞고 있다.
우산을 주고 싶었지만 아빠가 생일선물로 준데다 핑크색이라 쉽게 줄 수도 없었다.
저렇게 열심히 사는 소년도 있는데, 오빠라는 인간은 점심시간에 대체 뭘 하는 걸까?
록온선생에 대해 한번 다시 보게 되자, 얘기가 달라졌다.
이 사람 무척 수상해! 수업은 성실히 하고 있지만, 보통 선생들은 아이들이 조르면
자기 첫사랑 얘기라던가, 영화 얘기라던가 잔뜩 하는데 이 사람은 일체 그런게 없다.
저런 사람이 오빠에게 개인과외를 봐 주고 있다고? 말도 안 되는데다 위법이라고.
소마 피리스, 러시아의 성난 곰의 딸로서 용납할 수 없다.
아이디어가 생각났다. 점심시간은 같이 시작하니까 미행이 어렵지만,
수업은 내가 한시간 더 일찍 끝난다. 충분히 미행이 가능할 것이다.
2306. 05. 23
날씨: 흐림
숙제임무: 실패!
나, 요리만 잘 한다고 생각했던 오빠라는 인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오늘의 도시락은 정말 맛없었다.
아니, 역시 내가 실수한 것일까? 단서를 짚어보기 위해 아침에 슬쩍 찔러봤다.
"그라함 선생이 셀레스티얼 빙에 대한 단서를 잡았대."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나 소마 피리스의 실수라면, 요리중인 그 인간에게 그 말을 했다는 것이다.
짜, 맛없어. 후추가 너무 들어갔어. 국은 싱거워. 밥은 질다고.
우울하게 도시락을 휘적거리다 매점 쪽으로 나왔다.
사실 점심시간에는 학교 밖 매점은 이용하면 안되지만... 닭대가리 버거보다는 컵라면이 좋으니까.
그런데 봐 버리고 말았다! 한 손으로 담벼락을 짚고 번개같이 넘어온 건 분명 오빠였다.
하지만 그 쫄티는 대체 뭐야? 게다가 그 위엔 주황색 바이크복이었다고! 헬멧까지!
틀림없다. 하지만 말해봤자 아무도 저 소심한 인간이 셀레스티얼 빙이라고 믿어주지 않겠지.
......그라함 선생이라면 믿어줄지도 모르겠다. 고민하다 숙제 못 해 버렸다.
2306. 05. 24
날씨: 맑음
숙제임무: 완료
그라함 선생에게 상담 신청했지만, 바쁘다며 신나서 달려가 버렸다.
사람 좋은 기술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그라함 선생은 소문에 떠도는 셀레스티얼 빙 소속원들에게
자기 멋대로 별명까지 붙여놨다고 한다.
'잠자는 공주'를 필두로 싸늘하다고 '얼음공주', 날아다니듯 싸운다고 '백조공주',
까무잡잡하다고 '인디언 공주'라나.
......난 왜 이런 변태학교에 다니고 있는 걸까.
기운이 빠져서 집에 돌아왔더니 아버지가 요즘 얼굴이 좋지 않다고 걱정해 주셨다.
아빠, 아빠가 없으면 전 정말 혼자 남아서 어쩔지...
오빠가 있다고 하지만 오빠를 내가 보살펴야 할 것 같은걸.
2306. 05. 25
날씨: 맑음
숙제임무: 없음(주말)
민 사범님이 셀레스티얼 빙에게 당했다고 한다. 세상에!
원래는 우리동네에서 제일 소문난 깡패 서셰스를 만난 김에 한판 붙었는데,
그 놈도 제법 격투기를 배운 몸이라 한창 싸우시는데 그 놈들이 나타났다는 거다.
뭐가 주먹을 통한 주먹 제압이냐, 우리 사범님이 무슨 죄가 있다고 허리를 접어!
정작 사셰스는 잘 도망가 버려서 더 속이 탄다.
응급실에 실려간 사범님 말씀으로는 거의 경공술 수준으로 몸놀림이 가벼운 녀석이 있다고 한다.
헬멧으로 가리고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는 순간 난 피가 거꾸로 돈다는게 뭔지 알아버렸다.
당장 집에 돌아가서 아빠 넥타이로 죽어라 머리를 졸라대며 문초했는데,
자기가 셀레스티얼 빙이라면 사람도 아니라면서 울잖아. 우는 얼굴에 졌다.
아아...정말 괴롭다.
2306. 05. 26
날씨: 맑음
숙제임무: 완료
록온 선생님이 이상해졌다.
장갑을 끼지 않고, 표정도 어째 더 냉정해진 기분이다.
문병 갔더니 민 사범님이 그랬다. 셀레스티얼 빙중 한 명은 민 선생님보다 더 심하게 다쳐서
눈탱이가 밤탱이돼서 실려갔다고 했다. 그 놈은 어느 병원에 입원했을까?
외국인 노동자 소년의 이름을 알아냈다. 세츠나라고 한다.
아마 일본을 거쳐 밀입국했나보다. 그때 쓰던 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니, 안쓰럽다.
그라함 선생을 보자 곧 도망쳐 버렸다. 역시, 외국 생활을 오래 하면 변태를 알아보는 걸까.
2306. 05. 27
날씨: 맑음
숙제임무: 완료
오빠에겐 미안하지만, 아빠에게 다 얘기했다.
오빠 말대로 자기가 셀레스티얼 빙이 아니라면 분명 입증될 테니까 마음은 가볍다.
아빠는 좀더 생각해 보겠다고 하셨다. 분명 옳은 판단을 내려 주실 거야.
나 소마 피리스는 그냥 숙제 생각만 하면 되는 거다.
집에 오는 길에 보라색 머리의 미소녀를 봤다.
정말 같은 여자가 봐도 무시무시할 정도의 미모다. 그런데...록온 선생님과 뭔가 얘기하고 있었어.
......선생님, 불법과외도 모자라 불순이성교제는 정말 곤란합니다. 그것도 학생이잖아!
......나, 질투중인 걸까.
2306. 05. 28
날씨: 흐림
숙제임무: 완료
나, 오빠의 일을 아빠에게 말한 것이 조금 후회되고 있다.
오늘 집에 들어가자, 아버지가 오빠에게 당분간 학교에 가지 말라는 엄청난 선고를 했다.
충격받은 오빠에게 아빠는 이게 다 널 믿기 위해서 그런 거라며, 구속복을 내밀었다.
난 아빠가 왜 저러는지 안다. 이게 다 죽음의 노트가 나오는 그 고전만화 때문이다.
현재 알려져 있는 셀레스티얼 빙은 네 명이다. 인용하긴 싫지만 그라함 선생의 말을 빌리면
'잠자는 공주', '얼음공주', '백조공주','인디언 공주'.
만일 오빠가 갇혀 있을 때 네 명이 모두 출현한다면 오빠는 무죄라는 것이다.
아빠, 맞긴 하지만 보통은 구속복에 가두진 않아요. 그것도 자식을!
...나에겐 감시역이 주어졌다. 사랑하는 아빠지만, 맘도 알 것 같지만...
아냐, 지금은 임무만을 생각하자.
아, 화장실은 어떻게 하지?
2306. 05. 29
날씨: 흐림
숙제임무: 완료
우울하다. 괴로워하는 오빠를 보고 있는 것은, 평소 아무리 서로 툭탁거렸다고 해도
동생인 나로서도 괴로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밥이 다 맛이 없어.
셀레스티얼 빙 얘기가 들리면 무엇보다도 내가 괴롭다. 아직 나타난건 두명 뿐이다.
화장실 갔다 올 때마다 순순히 다시 구속복 안으로 들어가는 오빠란 인간이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입이 방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냐, 지금은 임무만 생각하자.
2306. 05. 30
날씨: 맑음
숙제임무: 미완
숙제를 하고 있을 수가 없다. 감금은 벌써 사흘째다. 오빠는 이제 밥도 안 먹는다.
하지만 병원에 계신 민 사범님을 생각하면... 셀레스티얼 빙은 없어져야 해.
사셰스가 날뛰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학교에 가지 않아서 그라함 선생에게
오빠에 대해 상담할 수도 없어졌다.
그래, 차라리 그라함 선생님에게 말할걸 그랬나 보다.
......더하려나?
하긴...오빠를 '백조 공주'라고 생각한다면 쐐기풀 옷을 입혀 화형하려 들 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안돼요 그라함 선생님!
2306. 05. 31
날씨: 흐림
숙제임무: 미완. 어제의 결석 때문이었다.
오늘 일기는 정말 길어질 것 같다.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났다.
토요일이라 일찍 학교를 파했다.
돌아오는데 보라색 머리의 미소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록온 선생님과 밀담을 나누던 바로 그 소녀다. 역시 엄청난 미인.
......가슴은 나보다 작아보이니까, 이, 이겼다.
어쨌건 상냥한 얼굴로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할 수 있다. 이 소마 피리스, 아버지가 주신 분홍 우산만 있으면 무적이다.
그러겠다고 말하고 따라가는데, 그라함 선생이 난입했다.
무슨일이시와요? 하고 물어보는 소녀에게 "안아주고 싶구나 건담 마이스터!" 라며 달려들었다.
......그래도 학교에서는 최고 미남에 들어가는 사람인데, 이젠 이렇게까지 되었나.
그라함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수많은 소녀들에게는 비밀로 해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보라색 머리의 미소녀가, 대체 어디서 꺼냈는지 불가사의한 통나무를 꺼낸 것이다!
정말로...정말로 네가 셀레스티얼 비잉?!
"내 이름은 티에리아 아데. 오빠를 구하고 싶으면 협력해라."
그라함 선생은...그간 변태로만 생각했던 걸 반성하고 싶어질만큼 강했다.
함춉, 함킥, 함 펀치는 아마 민 사범님이라고 해도 당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
소녀 혼자였다면 어땠을지 모르겠다.
통나무는 전봇대를 단번에 꺾을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지만
그라함 선생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하지만...나, 소마 피리스는 그만 소녀의 편을 들어 버렸다.
중요한 순간, 그라함 선생의 발목을 걸어버린 것이다. 우산으로!
"너무하지 않은가, 소녀!"
그 말을 끝으로, 그라함 선생은 소녀의 통나무에 맞아 야구공처럼 날려가 버렸다.
괜찮다, 저 정도의 실력자라면 많이 다치지 않고 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사라아아아아아아아아앙--------"
......아, 아마도.
어느샌가 마법처럼 사라진 통나무를 두리번거리며 찾는 나에게,
아까의 상냥함은 완전히 사라진 소녀가 말을 걸었다. 음, 그러니까, 남자 목소리로.
...절망했다. 가슴에서 이겨봤자 소용 없었다는데서 절망했다.
"네 오빠를 구하는데 협조를 요망한다. 협조하지 않겠다면..."
"협조하겠다."
"...판단이 빠르군."
"사셰스가 계속 날뛰고 있어. 민 사범님을 다치게 한건 너희들이지만 사셰스 때문이기도 하잖아."
갑자기 등뒤에서 그림자가 나타났다. 외국인 노동자 소년은 언제 쵸릿쓰따위 말했냐는 듯
아주 진지한 얼굴이었고, 록온선생님은 어쩐지 차가운 표정이었다.
"현명한 판단이야. 무력을 거의 쓴 적 없는 여자아이를 괴롭히는건 우리들의 대의에도 어긋나니까."
"그래서, 내 임무는 뭐지?"
안경이 번뜩였다.
"자, 이걸 입어라-"
......지금은 임무만 생각하자. 도망쳐선안돼도망쳐선안돼도망쳐선안돼도망쳐선안돼도망쳐선안돼
이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면, 난 혼자가 되고 만다고!
-----------------------------------
소마 피리스의 일기 8
2306. 06. 01
날씨:
숙제임무:
일기따위 쓰고싶지 않다. 잔 다음 생각할래.
오빠 바보
오빠 따위 바보
아빠 미안해요
민사범님 미안해요
2306. 06. 02
날씨: 맑음
숙제임무: 완료
어제 셀레스티얼 빙은 네 명이 출전했다. 상대는 사셰스. 그렇다. 그 중 한 명은 나였다.
아빠를 배신하고 말았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더이상...더이상...
......아빠가 해 주는 밥을 먹다간 죽고 말 테니까.
그래 그뿐이라구. 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었다.
그것이 인간으로서 나 자신에 대한 의무였다고 생각해. 이건 임무다, 소마 피리스!
아버지도 사연을 다 아신다면 납득해 주셨을 거야!
덕분에 오해는 풀렸다. 난 그저 뒤에 서 있다가 급습한 녀석들을 조금 혼내줬을 뿐이지만
네 명의 출진이라는 얘기 덕에 오빠는 해방됐다. 나도 인간의 삶을 살게 됐다.
그래, 난 음식에 패배한 거야! 딱히 오빠를 걱정해서 그런 짓을 한 게 아니라고!
2306. 06. 03
날씨: 맑음
숙제임무: 완료
알렐루야 오빠가 복귀한지 24시간만에 첫 도시락을 쌌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찾았다.
오빠는 내게, 임무만 생각하던 모습에서 드디어 세상의 답을 찾기 위해 나서게 된 거라고 했지만,
오빠...그건 좀 아니야. 난 음식에 패배한 거야.
그라함 학생주임은 여전히 셀레스티얼 빙을 찾아다니지만, 난 이제 제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내일이면 그 미소녀- 미소년? 티에리아 아데가 내게 최면술을 걸어서 기억을 지워준댔다.
그래, 내일이면 나는 마이스터 따위 누군지 모르는 소마 피리스로 돌아가는 거다.
패배의 기억따위, 잊어버리고 싶다.
2306. 06. 04
날씨: 흐림
숙제임무: 완료
......티에리아 아데, 실패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다고 당황하며 OTL자세로 엎어져 나는...나는...하고 훌쩍거리며 울었다.
불쌍하지만, 이 쪽도 이래선 곤란하다.
알고보니 지금의 록온 선생님은 원래 록온 선생님의 쌍둥이라고 한다.
원래 록온 선생님은 사셰스 때문에 입원해 있다고 한다. 뼈가 두세군데 부러졌다나.
평소 갖고 다니던 농구공을 같이 넣어줬으니까 문제없을 거라고 말한다.
이녀석들...강하구나. 심하게 일반인이 아니잖아.
어쨌건 나는 아버지의 충실한 딸이자 오빠의 여동생, 상식인인 소마 피리스다.
언제쯤 아빠가 말하는 '승리의 맛'을 볼 수 있을까......
2306. 06. 05
날씨: 그딴것 신경쓰고 싶지 않아!
숙제임무: 그따위 역시 신경쓰고 싶지 않아!
....오빠는 정말 호모였다.
상대는...그놈일 줄은 몰랐다, 정말로!
이번에야말로 아빠에게 말해버릴 테닷! 고자로 만들어주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