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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 사세요~ 성냥 하나만 사 주세요~"
소년은 곱은 손을 모아 후후 불며 비볐습니다. 때는 크리스마스, 마침 차갑게 눈이 오고 있었고, 손에 손에 선물상자와 꽃다발과 쇼핑백을 든 사람들은 소년의 성냥에는 아무 관심도 보이지 않은 채 무심한 얼굴로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성냥 사세요-"
추워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소년은 매서운 바람을 피해 골목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좁다란 골목 안으로 한동안 들어가자 빈 건물이 나옵니다. 건물 담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온 몸을 양팔로 감싸안고 덜덜 떨다가, 소년의 뇌리에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서, 성냥....이거라도 켜면 따뜻할 거야"
- 빙시나 그럴리가 있냐.
머리 속에 살고 있는 소년의 또다른 인격이 차갑게 비웃었지만 소년은 굴하지 않고 곱은 손으로 열심히 성냥을 켰습니다. 성냥불이 켜지자 불꽃 속에서 무언가가 비치기 시작했습니다.
"어, 할렐루야, 저기 좀 봐. 먹을 게 잔뜩 있어!"
- 엥? 이자슥이 배가 고프니까 헛걸 보나...
하지만 정말이었습니다. 뭔가 창고를 연상케 하는 곳에 먹을것이 잔뜩 쌓여 있었고, 아마도 미래의 알렐루야인 것 같은 - 어째서인가 그런것 같았습니다. 일단 머리스타일부터가 똑같았으니까요. 눈 색도 - 튼튼하게 생긴 남자가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식판이 대략...
"우와, 나 엄청 먹고 있어."
예, 맞습니다. 그 남자 옆에는 식판이 엄청난 수로 쌓여 있었고, 식판 수를 보아하니 사실상 우주선의 식량창고를 완전히 거덜내고 있었습니다. 보고 있던 알렐이가 "저, 저도 한 입만..."이라고 말하는 순간 성냥불은 매정하게 꺼져 버렸습니다.
"아...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 동작 빨라야지 임마.
"하나 더 켜면, 그 남자가 또 나올지도 몰라..."
어쩐지 아까보다는 좀더 따뜻해진 느낌이 들어서, 알렐루야는 다시 성냥 한 개피를 꺼내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앗, 내가 외톨이가 아냐. 사람들이랑 함께 있어."
아까의 그 우주선인 듯한 곳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패션 센스는 좀 후줄근했지만 연구실 출신인 알렐루야가 그걸 알 리 없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미남 미녀에 쭉쭉빵빵해서 말 그대로 눈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 있었어?]
[글쎄?]
어쩐지 좀 은따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에 알렐루야는 위안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 성냥, 또 꺼졌다."
- 야 확 다 붙여버려.
"하지만...그나마 이거라도 팔아야"
- 24세기에 뭔 빌어먹을 성냥이냐? 난 솔직히 그게 남아있다는 거에 경악했다. 확 다 불붙여 버려.
"그래도...내 입장이..."
- 입장에 따라 불을 안 붙이고 추위에 얼어죽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입장따위 따지지 마, 불 정도는 자기 손으로 붙여! 자기 의지대로! 무자비하게!
"와아악, 아, 알았어!!!!"
다시 불을 붙이자 이번에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이 정도의 작전이면 큐리오스 하나면 충분해! 나님이 다 알아서 하신다. 알간?!]
"어...내가 뭔가 지휘하고 있어? 아니, 할렐루야 너인가?"
- ....................어, 나 같은데.
아까의 그 남자가 어쩐지 포악한 얼굴로 자신만만하게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근데 어쩐지 주변은 짜게 식어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눈치같은건 키워본 적 없는 우리의 알렐루야는 그저 그 모습이 뿌듯할 뿐입니다. 그리고...그리고...
갑자기 소년의 눈앞에...
"어, 할렐루야, 음.;;;; 불이 좀 크게 붙은 거 같아."
- 따뜻하겠네. 불 쬐라.
"그, 그래도 될까? 음/..좀 크게 붙은 거 같은데."
- 시꺼. 안 춥냐?
"아유 이걸 어째..."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다음날 아침, 사람들은 해체를 앞둔 5층짜리 빌딩이 홀라당 타 버린 현장을 앞에 두고 모두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안에 아무도 없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어쩌면 방화범이 저지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말에 다들 불안해 했습니다.
"이...이것으로 희대의 방화범..."
- 웃기고 있네.
범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채로, 그렇게 사건은 잊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