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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경님과 왕비에 대한 잡상
역사/고전 관련 | 2006/04/18 19:28
예, 우베 크뢰거씨가 주연한 그 뮤지컬 삼총사 얘기에요. 별건 아닌데, 고기님 블로그의 멋진 포스팅에 덧글에 쓰려니 너무 길어져서 여기 옮겨두는 김에 이것저것 잡설도 더 붙여서 늘어놓으려구요.

삼총사의 원작은 우리 모두가 모를 수 없는 알렉상드르 뒤마씨입니다. 전 아들 뒤마보다 아빠 뒤마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쓸데없이 예술 할 생각 없이 밀어붙이는 흥행의 귀재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문장은 감칠맛이 넘치고, 곱게 자라신 아드님과는 달리(으하하) 뒤마 본인은 젊어서 고생이라도 해 보신 건지 난장질을 많이 하셨는지 문장에서 생활감이 넘칩니다.

한창 직장도 시원찮고 남에게 빌붙거나 근근히 굶던 먹던 해 가며 적당히 풀칠하고 살던 때 집어들었던 삼총사 3권짜리 완역본의 삼총사와 플러스 알파들의 삶은 정말 남 얘기가 아니더군요. 여기저기서 얻은 시원찮은 보수와 귀인들이 하사한 패물을 팔아먹어가며 전투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별별짓을 다 하고, 먹을 것을 살 돈이 떨어지니 아는 사람들 집에 돌아가며 식사 때 놀러가 밥을 얻어먹으며 지내고...(아니, 저것보단 당시의 제가 좀더 나았긴 합니다만...)

아무튼 이런 원작의 요소 중 헐리우드 영화 등에서 주로 아름답게 살아남은 것은 눈부신 칼싸움과 화려한 귀족들의 드레스와 예복, 은실로 수놓인 멋진 레이스칼라의 총사복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 대부분의 영화가 목걸이 사건의 성공적 엔딩에서 끝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얼마나 멋집니까. 왕비가 목걸이를 준게 결국 생각해 보면 불륜 상대(그것도 적국의 귀족!)에게 준 정표였다던가, 삼총사는 그런 불륜왕비의 보호를 위해(이유도 절대 프랑스를 위해, 같은게 아니죠. 왕비가 날아가면 추기경이 완전 득세 -> 트레빌은 날아가고 -> 총사대는 아마도 해산 -> 우리는 실직자) 무려 무전취식후 도주, 퍽치기, 서류 갈취, 허위신분 사칭 등등의 죄를 차곡차곡 범해가면서 적국으로 가서 목걸이 플러스 "위조된" 장식을 받아오는 겁니다. - 도중에 포르토스인가 아토스는 여관 창고를 무단점거하고 사유재산을 마구 축내고 있었죠. 그들이 다치게 하거나 죽인 추기경 예하의 공복들에대한 손해배상은 생각지 말기로 합시다. - 그리고는 돌아와서 적국의 귀족과 내통한 합스부르크 여자(...)에게 목걸이를 넘겨줘 그녀의 정치적 입지를 지켜준 겁니다.

답례로 받은 것은 버킹엄 공이 하사한 최고급 마구가 딸린 말 네 마리, 그리고 왕비의 반지. 얼마나 좋습니까. 누구건 여기까지 나타내는걸 좋아할 겁니다. 그 뒤 걔들이 그 말들 전부 다 도박과 술로 탕진하고 배고픈 신세가 돼서 라 로셸로 갈 무기조차 마련 못하고 빌빌대는걸 누가 보고 싶겠어요(......) 게다가 콩스탕스는 밀레이디에게 독살당하고 알고보니 밀레이디는 옛날에 아토스 마누라였고 그 이전에 사형집행인의 마눌님이었고 그래서 전남편 불러다 목을 싹둑 베어버리고(그런다고 콩스탕스는 안 살아돌아오고) 불라불라불라불라......

사설이 지나치게 길어졌는데, 아무튼 그러다 보니 일반적인 삼총사 영화나 간단한 문고판은 목걸이 사건 이후는 아예 언급을 안 할 때가 많고, 특히 라로셸의 전장에서 있던 일은 깡그리 날려버리는 경우가 잦습니다. 이건 사실 무지 아까운 일입니다. 라로셸의 반란을 생각하면(뮤지컬 삼총사에선 여기 임하는 리슐리외가 다뤄진 모양인데) 삼총사 "뮤지컬"의 위치가 재미있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네덜란드에서 삼총사를 뮤지컬로 만들었고 거기엔 라로셸의 전장/혹은 거기 임하는 추기경이 나온다"는 것이었습니다.



리슐리외와 안 도트리슈에 대해서는 한번쯤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고, 마침 고기님 블로그에서 고운 추기경님이 나오셨길래 이렇게 적습니다. 게다가 회사 일도 안되고 말이죠(.....) 그럼 갑니다요~(휘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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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Avalon의 감자밭 2006/06/03 12:14 x
제목 : 그래서 걔들은 어떤 애들인가.
자자, 밑의 발작을 가라앉히기 위한 몇가지 포스팅을 기획했습니다. 일단 전공과 관련있는 걸로 하는게 내가 쓸때 편합니다. 그래서, 일단은 삼총사로 해 보겠습니다. 흠흠, 그러..
알테마 2006/04/18 19:45 L R X
멋진 포스팅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정말 역사란 재미있다니까요(웃음).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보일 법한 저 인간 관계라니. 안느 왕비님 재빠른 행동력이 걸작이라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그치만 소설에서의 그 애틋하고 애처롭게 가녀리던 모습을 생각하니 왠지 너무 웃긴...
딴소리지만 저도 삼총사 소설보다가 이리 궁상스런 주인공들이라니... 싶어 어이가 없던 적이 있었어요. 가장 현명하다는(그리고 물론 가장 막 갈 수 있었던) 아토스도 돈 없다고 쩔쩔매고-_-; 매달 받는 월급에 잘 했다고 내려주는 보너스는 뭐하는 건지; 저렇게 궁상스런 주인공들이 또 있을까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웃음).
동굴곰 2006/04/18 20:13 L R X
그래서 초상화의 추기경님 뒤에 '신경성 위염'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거군 (파하하)
황금숲토끼 2006/04/18 20:33 L R X
알테마 님/ 길어서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됐었는데 재미있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리슐리외 공은 제가 좋아하는 정말 몇 안되는 프랑스인 중 하나라 한번쯤 꼭 적어보고 싶었어요. 물론 리슐리외 공을 알게 된 계기는 삼총사이니, 역시 좋아하는 프랑스인 중 하나인 알렉상드르 뒤마씨에게 큰절을 올려야겠죠. 그리고 삼총사의 궁상은 정말 처절합니다...특히 제 호주머니에 돈이 없을 때요. 그리고 걔들은....(작은 목소리로) 지름신 강림 때문에 늘 거지였습니다.

동굴곰/ 응 틀림없이 그랬겟지. 일생을 진짜 스릴 속에서 살았어......
ruhaen 2006/04/18 22:38 L R X
와아, 정말 멋진 글!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 없이 읽어버렸습니다! 역시 역사는 재밌어요ㅠㅠ///
'어린이세계문학전집'류의 삼총사에 대한 중대한 오류;를 어느 순간 깨달은 뒤 완역본을 읽어보고자 벼르고 있었습니다만, 아빠뒤마 씨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고 나니 중간고사에 발목이 잡혀 버렸습니다orz
sando 2006/04/19 00:51 L R X
우와 엄청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삼총사의 진실 조차도 물론 몰랐던터라; 추기경님은 엄청 멋진 사람이었군요. 영화나 소설에서 맨날 그렇게 나오더니만 사실은 진짜진짜 멋진사람이었군요;ㅁ;
나달 2006/04/19 01:04 L R X
아.. 삼총사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순간 중학교 땐가........아르미스가 여자래! 라고 외쳐대던 삼총사애니도 생각나는군요. 음음...후후..음...
nonface 2006/04/19 01:17 L R X
왜 하필 팔이 이쁜 왕비였는지 알만합니다. 솔직히 별로 안똑똑해보이고, 꽤 미화된 버젼인 초상화조차도 별로 미인이란 느낌 안드는 왕비님이셨군요. 어렸을 때 본 애니판 삼총사에서의 안느왕비가 떠올라 대략 황망입니다;;; 하아 하긴 어린 마음에도 애니 보면서 왜 프랑스의 총사들이 왕비 불륜일을 돕는걸까라는 걸 생각했던게 기억나네요.
추기경님 솔직히 얼굴은 안섹시하지만(우베씨를 말하는게 결단코 아닙니다!! 우베씨는 정말로 섹쉬하셨습니다!!) 옷은 섹쉬하군요 특히 저 레이스...
rucien 2006/04/19 01:30 L R X
...이게 축약본의 패혜에요.ㅠㅠ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어렸을 적 동화 삼총사를 본 제게 있어 리슐리외 추기경은-머리좋은 나쁜놈이고 밀라디는 무서운 아줌마 그 이상이 아니었다니까요.ㅠㅠ 여하간 이제라도 오리지널의 진실 겸 배경 역사를 알게 되니 참으로 다행입니다. 재미있게 풀어쓰신 글 잘 읽었어요.^^
고기 2006/04/19 11:17 L R X
와아, 잘 읽었습니다.
저도 삼총사는 축약본과 몇가지 만화판(동물판이라든가!!), 철가면이야기, 소설이 아닌 실제 인물의 약력 정도만 알았지 이정도로 스릴있는 이야기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어릴때는 리슐리외가 조선시대 세도가같은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저 훌륭한 분을 반찬으로 모양과 **한 잡담을 한게 새삼 양심에 찔리는군요. 사냥터라든가, 전쟁터에서의 동행이라든가... 죽는 시기라든가.... 이러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ㅠ.ㅠ
샐리 2006/04/19 14:08 L R X
우와, 저도 단숨에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렸습니다. 긴 글이 전혀 길지 않고, 글이 끝나니 오히려 아쉬울 정도더군요. 덕분에 재미있게 역사 지식도 얻고 즐거웠습니다.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거군요. :D
mitsuki 2006/04/19 18:14 L R X
후핫 수시로 뒤로 넘어가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삼총사들의 처절한 민생고(...)와 그에도 굴하지 않는 대담한 행동이 재미나는군요
황금숲토끼 2006/04/20 14:10 L R X
ruhaen 님/ 와아 감사합니다. 예, 사실 역사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너무 엄청나게 많은 항목을 무식하게 외우기 위주로 교육시키니 사람들이 끔찍해하는 과목이 되어버렸습니다 -_-+ 역사는 이야기들의 집합이자 동시에 양식을 쌓기 위한 중요한 과목인데 말입니다.

sando 님/ 와하 감사합니다. 예, 제가 좋아하는 얼마 안 되는 프랑스 사람 중 하나라니까요. 어쩐지 뒤에서 멋있게 나와서(제가 읽었던건 운 좋게 상당히 원판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왜일까 했는데, 차차 배우고 알아보면서 참 많이 놀랐습니다. 헐리우드판 삼총사의 리슐리외가 최악이었지요(찰리 쉰이 아라미스로 나왔습니다) 기본적인 기품조차 없었습니다.

나달 님/ 다시 읽어보시면(완역판으로요!) 이런 글이었나 싶으실 겁니다! 찌질 청춘 성공기라 대단히 재미있습니다 >.< 특히 취업 고민을 하고 계시는 분들께 강추합니다. 이 소설의 교훈은 내일엔 내일의 태양이 뜬다, 와 난 이놈들보단 덜 찌질해입니다!(빠악)

nonface 님/ 예, 사실 별로....(먼산) 하지만 팔과 손은 유럽 제일이었고, 초상화에서도 손은 참 곱죠. 전 너무 어렸을때 읽어서 그랬는지 영 감각이 없었어요. 계몽사판이었는데 삽화가 대단히 아름다웠던 것이 늘 기억에 남습니다. 아토스의 반지라던가 아라미스의 편지라던가가 좋았지요. "이만 총총"이라는 편지맺음말을 배웠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리슐리외님은....저 붉은 옷자락이라던가, 곧은 손가락이라던가, 꼬장해 보이는 점이 아주 좋습니다. 레이스, 이쁘죠(히죽)

rucien 님/ 아아, 보통은 그렇죠. 그나마 추기경님이 머리좋은 나쁜놈이면 다행이게요, 가끔은 머리도 나쁘게 나와요(.....)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

고기 님/ 천하무적 멍멍기사를 꽤 좋아합니다. 거기서 밀라디는 회색 고양이였는데(......) 단검을 들고 싸웠죠. 여린 나이에 드레스 입은 여자가 단검을 들고 장검을 든 달타냥과 호각세를 이루는 걸 보면서 뭔가 잘못된 환상을 키웠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덕분에, 러시안 블루를 보면 늘 밀라디가 생각납니다. 리슐리외 추기경의 인생을 전기로 써도 참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위인전기 말고 뭐랄까, 소설처럼요(으하하)
그나저나 다 좋군요...리슐리외 암살 음모 중에서는 사냥터에서 시비를 걸어 죽여버린다는 것도 있었지요(아하하)

샐리 님/ 재미있으셨다니 감사합니다 >.< 쓰면서 너무 길어지는건 아닐까 좀 불안했더랬지요. 특히 삼총사 쪽이 알고보면 비교가 돼서 재밌습니다. 아차, 사실은 "총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쓰려고 했는데...OTL 한번쯤 좋아하는 글에 나오는 역사 배경을 쓰고도 싶었지요.

mitsuki 님/ 감사합니다 >.< 예, 삼총사들의 민생고는 IMF와 그 후 불경기와 취업란을 겪어야 했던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하나의 사표로서 백수 건달의 갈길을 알려주고 있습(틀려)
당근 2006/04/20 16:55 L R X
아으, 전 저 예하의 초상을 볼 떄 마다 그 손의 우아함에 두근거리게 됩니다ㅠ.ㅠ
deokbusin 2006/12/08 00:37 L R X
리슐리외는 자기가 살았던 시대는 물론이고 뒤마가 소설을 쓰던 시기에도 프랑스인들에게 주는 인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일부에서 박정희를 비판하는 정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리슐리외에 대한 인상이 좋은데도 불구하고 뒤마꼐서 신문연재 소설에서 추기경을 까대면? 당장 짤리게 됩니다. 덤으로 독자들의 욕설을 많이 먹으실 테고요.

리슐리외에 대한 프랑스 보통인들의 평가가 좋아진 건 19세기 후반부에 들어서 입니다. 나폴레옹 3세의 최종적 삽질로 인해 프랑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자 비로소 재평가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거죠.
황금숲토끼 2006/12/08 18:33 L R X
인사도 없이 당장 훈계부터 하는 분이라면 지식보다 예의를 먼저 갖추시는게 급선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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