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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수백개의 알을 낳지요."
남자는 단정한 얼굴로 차갑게 웃으며 그렇게 말을 꺼냈다. 봄이어서 그런지, 비갠 뒤 정원의 흙바닥에는 나비 한 마리가 떨어져 있다. 늦봄이다 보니 수명이 다 했는지, 노랑색에 반점이 들어간 날개를 버르적거리기만 할 뿐 쉽사리 날아오르지 못한다. 저격수 특유의 날카로운 눈으로 세츠나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짚어냈던 것일까. 아무 답이 없는 세츠나 앞으로 다가와 나비 앞에 선다.
"알들은 한꺼번에 깨어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잎사귀를 갉아가며 자라나는 거죠."
엉뚱하게 나비의 생태를 강의하려 하는 것인가? 세츠나는 매서운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가 버린 사람과 똑같은 얼굴이지만 눈이 더 차갑고 경질이다. 더 간격을 두고, 더 확실히 선을 긋는다. 그런 남자가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 생전이 '그'는 전혀 사용하지 않던 부드럽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냉정한 어조로 공손히 말한다.
"함께 자라나, 함께 허물을 벗고, 번데기가 되어 기다리는 동안 형제들은 계속 죽어나가죠."
서서히 보이는 함의. 응시하던 붉은 갈색 눈에 차가움이 깃들기 시작했지만,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안쓰러울 정도로 비틀대는 작은 곤충을 내려다 볼 뿐이다. 입가에는 미묘한 미소가 어려, 어찌 보면 나비를 비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역시...불편한 녀석이다.
"하지만 다시 나비가 되는 것은 한두 마리 뿐입니다. 뭐, '날개'를 가졌다면 이미 승리한 거랄까요. 살아남았거든."
"그 얘기를 왜 하지?"
조용하지만 단호한 반문 속에 짙게 깔려있는 반감을 그도 분명 느꼈을 것이다. 남자는 다만 조용히 웃으며, 살아 생전의 '그'와 소름끼치게 닮은 동작으로 허리를 굽혀 진흙창에서 버둥거리는 작은 곤충을 집어들었다.
"이 녀석은 자기 할 일을 마쳤어요. 남은 건 추락과 죽음 뿐이죠."
"......하고 싶은 말이 뭔가?"
무자비한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진흙에 젖어 무기력하게 움직이던 작은 생명의 불꽃이 하나 꺼졌다. 그것을 빗물 웅덩이에 가볍게 담그고 흔들어 흙먼지를 씻어낸다. 인분이 떨어져 나간 뒤에도 아직 남은 노란색의 흔적.
"결국 그 녀석이 그랬다는 겁니다. 자기 할 일을 마쳤다고 믿기 전엔 죽을 놈이 아니거든."
"......."
남자의 팔이 제법 그럴듯한 포물선을 그렸지만, 한때 나비였을 것의 잔해는 공기저항을 이기지 못하고 팔랑팔랑 떨어져 내렸다. 마치 무중력의 공간 속에 서서히 멀어지는 무언가처럼.
"-"
남자가 세츠나를 보고 무언가 말했고, 세츠나는 그만 상대를 한대 갈겨버렸다. 항의할 법도 했지만 상대는 기묘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다 안다고, 네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어떻게 괴로워하는지 다 안다고 말하는 듯한 싸늘한 시선이 세츠나의 눈에 들어와 박혔다. 그 눈을 본 순간 거의 본능에 가까운 속도로 다시 주먹을 날렸지만, 지나친 분노와 상대의 민첩함에 제대로 목표를 맞추지는 못했다. 단단한 손이 팔을 잡고, 진심으로 이대로 몸을 돌려 팔을 꺾어버리겠다고 생각한 순간-
부드럽게, 독을 담아 남자가 웃었다.
"이 얼굴을 정말 주먹으로 칠 셈인가요?"
"너......"
"세츠나."
'그'와 똑같은 부드럽고 풍부한 목소리에 세츠나는 자동적으로 반응했다. 거칠게 밀쳐지고, 벽에 부딪치고, 몸을 추스리나 소년티를 겨우 벗은 청년은 이미 저 쪽 모퉁이를 돌아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네 녀석, 몇이나 낚은 거야...."
남자는 벽에 기대 쿡쿡대고 웃었다. 양팔로 힘껏 몸을 감싸안으며, 속으로만 진심을 담아 말했다.
- 다 부숴줄 거야. 날 두고 가 버렸으니까.
마지막 나비가 가 버린 자리엔, 깨지 않을 알들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