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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오] 록온 스트라토스.
[더블오] 기동전사 건담00 |
2008/06/0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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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더블오를 좀 제대로 보았습니다 ㅇㅅㅇ/ 전 23화에서 록형은 그간 [딸랑] 죽는 장면만 봤었는데, 이제서야 록형에 대한 부분들을 좀더 자세히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느낀 것은, 이 남자는 알리 알 사셰스를 죽였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죽지는 않았을 거라는 거였습니다. 이 남자, 의외로 이상주의자예요. "세계를 바꾸기 위해"라는 말이 가벼운 말이거나, 복수를 위한 수단은 아니었어요. 다만, 자신의 말을 100% 믿고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달리는 이상주의자는 아니었어요.
자신의 말을 믿고 싶어하는 이상주의자에 가깝더군요.
스스로에게 달릴 힘을 주기 위해 계속 스스로를 가르치고 다짐하는 타입이요. 그가 [사셰스]라는 개인 이전, 그 알파벳 네 글자로 된(......기억이 안 나요!) 테러리스트 집단에 대해 깊은 분노와 원한을 갖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는 분명 그 "원한을 풀고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록온 스트라토스의 어두운 면, 약점이 그 사건이라는 점은 맞아요. 그가 좀더 극복해낼 수 있었다면 "원한을 넘어서" 갔겠죠. 하지만 그는 그럴 수는 없었어요. "원한을 풀고" 가려고 한다는 점에서 이미 그는 건담 마이스터로서의 자격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분명 23화 이전의 그는 "그 이후"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었어요.
"죄값을 갚을 것이다" 라는 말은 정말 여러가지로 해석 가능합니다. 그러나 자기 혼자 죽는다고 해결나는 것이 아님을 그는 알고 있었어요. 건담 마이스터가 손에 묻힌 목숨값은 한 명의 것으로 상쇄되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세계를 바꾼다"는 말을 같은 선상으로 이해해 보면, 그는 결국 이상주의자답게 얘기한 거예요. 테러리스트로서 활동하면서, 록온 스트라토스는 끝없이 스스로에게 계속 그 말을 했을 겁니다.
지금 내가 손에 묻히는 피의 죄값은, 새로운 세상으로 갚겠다. 그를 위해 내 목숨을 날려도 돼.
남의 손에 피 묻히도록 시키면서 뻔뻔하게 구는 정치가들의 가식적인 멘트와 같이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물론 자기 손에 직접 피를 묻히는 자가 저렇게 말할 때에도 저것이 가식이라면 그만큼 역겨운 것도 없지만, 저게 진심이라면 정말 무섭죠. 아니, 사실은 저것이야말로 실제의 테러리스트입니다. "원래의"라고 불러도 돼요. 언론을 통해 알려진, 우리가 보고 있는 "살육에 취한 미친 테러리스트"란 사실 계속되는 싸움, 에스컬레이트되는 폭력이 낳은 괴물에 가깝습니다(알리 알 사셰스가 딱 그 타입이죠. 용병과 테러리스트를 오가는 타입이랄까). 하지만 분명 규정하자면 테러리스트인 백범 김구 선생이나 안중근 의사, 윤봉길 의사를 보세요. 그 분들이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어떻게 행동했는지 생각해 보세요.
일본의 만행에 의해 가족을 잃고 충격받은 소년이, 단지 일본에 복수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세계 자체를 바꿔놓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겁니다. 또 다르게 생각해 보면, 광복군의 폭탄 테러에 부모를 잃은 대만 소년이(일본 소년은 아니죠, 당시 아일랜드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이런 무력 항쟁 자체가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테러리스트가 되는 거고요. 그러니 1기 엔딩에서 유일하게 "어딘가에 항거하고 있는 록온"은 아귀가 들어맞습니다. 그는 테러리스트가 맞고, 자신이 테러리스트인것을 알고 있었고, 스스로가 저지르고 있는 모순 - 폭력을 막기 위해 더한 폭력을 행사한다 - 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정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실 거의 유일하게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자신을 설득하고 응원해 나가며 그 길을 걸어갔던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는 정말 어른이예요. 24세라기보다는 28~30세같은 면이 있어요.
만일 세츠나가 그 순간 주웠다면, 록온은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을 겁니다. 마지막에 그는 "이런 세상은 싫다"고 하죠. 그리고 손으로 지구를 저격해요. 그건 세상에 대한 항복이나 포기가 아닙니다. 자신의 삶은 포기했지만 끝까지 지금의 세상을 부정하면서 죽어갔어요. 건담 마이스터로는 가장 통렬하게 실패한 셈이지만 테러리스트로서는 가장 당당하게 죽은 셈이죠. 그런 면에서도 주의 주장따위 없이 하루 하루를 수라 나찰로 살아가는 알리 알 사셰스와 대척에 서 있어요.
과거를 떨치지도 못하고 원한을 초월하지도 못하고 복수에 성공하지도 못하고 말았지만, 살아남기만 했다면 그는 다시 살아갔을 겁니다. 알렐루야처럼 살아있기 위해 사는게 아니라, 자신이 바꿔놓을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겁니다. 자신이 수많은 피를 흘려온 만큼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던 거예요. 설령 한쪽 구석에서 그것은 '불가능'이라고,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와도, 냉철한 두뇌에서 현실 인식이 정반대의 얘기를 하고 있어도, 일단은 이상을 향해 가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계속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는 모순적이고, 그래서 사실은 더 멋진, 복합적인 캐릭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코드명, "성층권까지의 저격"은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다만, 23회의 그 순간 록온은 정말 텅 빈 자신과 마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부정하더라도 그 세상을 바꿔놓기 위해 "살아갈 힘"을 완전히 잃은 거예요. 복수를 위해 홱 하고 꼭지가 돌아서 이 정도로 달리고 보니, 원한이 허무하게 사라진 세상의 끝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거죠. 그래서 순순히 죽은 거고요.
하지만 원래 O형의 절망은 무시무시하게 깊은 대신 매우 짧습니다(...) O형이 좌절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아요. 자살충동 자체에서는 아마 수위를 달릴 겁니다. 스스로를 늘 격려하려 애쓰고 강하게 긍정하는 이유는, 그렇지 않으면 떨어질 나락이 너무 깊기 때문이죠. O형 여러분들은 아마 인정하실 겁니다. 늘 낙천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조울증적인 기질이 강해요. 그래서 한번 좌절하면 너무 나락이 깊기 때문에 되도록 좌절하지 않으려 애쓰는 버릇이 들죠. 다만 위에 말했듯 그 길이가 정말 놀랄만큼 짧습니다. 짧게는 5분, 길어봤자 반나절이랄까요, 실연을 당하더라도 웃음을 회복하는 데 가장 빠른 것이 O형이니까요. 뒤에서 가끔 그 때를 떠올리며 땅을 박박 파더라도 말입니다(.............후우 =_=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제 과거...)
고로, 세츠나. F. 세이에이씨가 고대로 주워다가 몇대 후드려패서 반성실에 집어넣어 버렸다면, 하루(...도 안 걸리겠습니다만 아마도)쯤 지나면 배고파 밥줘 하며 에헤헤거리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더 열불이 나는 겁니다만(빠드득)
암튼 그래서...대략 제 안의 록온은 저 정도에서 왔다갔다 거린다는 얘기였습니다. 개그캐에서 시리어스캐까지 말입니다. 함께 열폭하며 애니 감상해 주셨던 K님 L님 H님 세 분께 정말 감사드리구요 ;ㅅ; 더 열심히 쓰겠습니당- 이라는 결론입니다 에헤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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