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정작 읽은 적 없는 건가, 의외네."
세츠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애시당초 소년병이었고, 글자를 읽을 수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것부터가 서양인에 의해 기록된 대상들의 민담이니, 세츠나가 모를만도 하다. 록온은 속으로만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강의 내용을 말해 주었다.
"...그래서 국왕은 왕비를 단칼에 베어 버렸지. 그리고 그 뒤로 아름다운 처녀를 왕비로 들여서 하룻밤만 함께 지내고는 죽여 버렸어."
"......"
보통은 여기서 놀라움을 표시할 텐데, 별반 감흥이 없는 듯 대강 주억거리는 모습에 속으로만 조금 식은땀을 흘리며, 록온은 적당히 얘기를 늘어놓으며 마무리를 시도했다.
"적어도 셰헤라자데가 들어오기 전까지 그랬지. 결국 왕비감을 구하기 힘들어진 왕은 재상의 딸인 셰헤라자데를 지목했어. 재상은 당황했지만 그녀는 오히려 잘 되었다며 기꺼이 왕비가 되었지. 그리고 지혜로운 셰헤라자데는 밤마다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늘어놓아, 국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계속 그녀를 살려 두었어."
"......그런가. 어리석은 자로군."
"흠, 그렇지. 한번 배신당했다고 그렇게 계속 죽이다니."
"그래서 어떻게 되었지? 결국 죽였나?"
록온은 늘 그렇듯 단호히 자르며 결론부터 묻는 세츠나의 말에, 조금은 질린듯이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는 1000일 하고도 하루를 더 얘기해서 3년 이상 살아남았어. 그 사이 아이까지 낳아버리는 바람에, 국왕은 자신이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정식 왕비로 다시 맞아들였지. 아라비안 나이트의 엔딩은 바로 그 성대한 혼인식으로 끝나."
"그런가..."
"좀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수많은 예쁜 아가씨들이 죽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깨닫다니, 무엇을?"
"배신했다고 해서 죽여버리다니, 그리고 그 뒤에도, 배신할지도 모른다고 해서 죽여버리다니 바보잖아."
세츠나는 말없이 록온을 응시하다 뭔가 말하려는 듯 입을 뻐끔, 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던 록온이 답이 없음을 확인하고 '그럼 이만~' 하고 휴게실에서 나가 복도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녹색 눈의 남자를 떠올리며 입에 올린 위험천만한 문장은, 다행히 당사자를 포함한 그 누구도 듣지 못했다.
- END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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