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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분류없음 | 2008/04/21 14:03
2008/4/20 동아일보 칼럼


말 그대로 너무 뻔해서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 무엇보다 언급하는 것도 짜증나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역사교과서를 저술하는 12인의 필진 중 역사학 전공자는 단 한 명도 필요 없었다.

이 사회가 그렇다.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역사학 전공자따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필요한 건 되도 않는 짧은 지식으로 자기 입맛과 색깔에 맞춰 늘어놓는 장광설 뿐.
관련된 포스팅을 보다 기가 차서 간만에 혀를 찼다.

"식민지 근대화론"에 "현실적으로 사학 전공자들이 반박을 못한다"는 주장, 미쳤냐?
식민지 근대화론 자체가 유럽 애들이 자기들 지배 합리화하려고 내밀었다가,
자기들이 "지배했던"나라 사학자들이랑 맞붙어서 난리도 아니었다.
단적으로 말해, 이 바닥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은 쉰 떡밥이다.
서양사쪽에서 주요 논쟁은 적어도 몇년 지난 뒤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국에서도 이미 몇년전
근대화 논쟁이 휩쓸고 지나갔거든.
2001년에 내가 석사과정 밟고 있을때 이미 쉰떡밥이었어요, 알겠니?

어디서 그때 논쟁 일부 주워듣고 자기가 좋아하는 쪽으로 끼워맞춰서, 뭐?
전공자들이 찍소리 못해?
역사가 참 접근성이 좋다 보니, 교양으로 수업 두어개 듣고 까부는 놈들이 너무 많다.

저 교과서에 왜 역사 전공자가 없개? 역사 전공 교수들이 올곧고 바른 정치관을 가져서?
그럴리가 있나~(손가락 까딱까딱)

지금 우리나라는 공화정이고, 기본적으로 선거로 돌아가는 나라고, 이런 나라에서
한가지 성향을 가진 정권은 '잘해봤자' 10년이 고작이야.
10년 따습자고 애널써킹을 저딴 식으로 했다가,
10년뒤 벌떼같이 자기 자리 치고 들어올 놈들 생각하면,
어차피 이 바닥은 교수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박사들은 넘쳐나거든.

누가 10년뒤 자리 따먹히고 싶겠소?

군사정권 때야 얼마든지 굽실거려줄 수 있지. 오래가거든.
20~30년을 해처먹을 텐데 보장받으면 좋지.
저런걸로 이름 더럽혀서 자랑스럽게 배때지 내미는 건 지만원같은 놈들이지,
보통은 정권 바뀌면 바로 짤려.

다들 경험치들이 쌓인 거지. 검사템 맞췄는데 모하러 명점도 안될 필드쟁을 해?
그냥 신경끄고 이쪽 상위인던(역사학계)에서 거대몹이나 잡는 거야.
적절히 공대 내분 즐겨가며 말이지.
새로운 학설을 소개하고 학생들 키워내는 것만도 바쁜데
뭐하러 자기 교수자리 걸고 정치가 애널을 핥냐고.
거대한 이문이 걸린 분야에서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여긴 그런 것도 별로 없거든.

학계에 그런 얘기가 있지.

학사는 자기가 다 아는 줄 알고
석사는 자기가 암것도 모른다는 걸 알고
박사는 자기가 한 가지는 안다는 걸 알고
교수는 남들도 암것도 모른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난 석사생이었어. 적어도 내가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건 알아.
아는 거 거의 없는 개날라리 역사학도인 내가 코웃음칠 정도면 심각한 거 맞지?
하긴, 돈만 벌면 장땡이고 그게 정의라는 인간들이니,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반박 또한 아무 효과가 없어서
자기들이 반박 안 당했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

교과서 얘기는 이쯤 각설하고, 요즘 시끄러운 과거 얘기.
엉뚱한 얘기같지만 연결되니 봐 주시길.

아빠가 어렸을때부터 우리 집안의 "규모"에 대해 얘기해 준 적이 좀 있지.
본부인 댁에 하인이 60이었대. 첩은 아예 한지붕 안 이고 따로 집 만들어서 살림 내 주고,
그래서 본부인 댁에서 잔치 한번 하면 온 동네 잔치였다고 했어.
"*천 땅은 유씨집안 땅 안밟고는 못 지나간다"고 할 정도였다지.
할아버지는 와세다에 가려다 집안의 반대로 경성대에 갔어.
할머니는 이화여전을 나온 신여성에 양장숙녀였고, 교회에서 여성회 회장을 했대.
근데 이렇게 망한 이유? 전쟁. 집이 없어진건 IMF때고.

그래서 한번은 문득 물어봤어. 아주 간단하고 소박한 질문이었어.

"아빠, 우리집 혹시 친일파였어요?"

내 생각에, 우리집이 일제 말까지 부자였다면 친일파였던거 아닐까? 싶었던 거지.
아빠는 소박하게 대답해 주셨어.

"별로 일본에게 굽신대거나 동사무소 사람들과 친하지는 않았단다. 그냥 철저히 무시했달까.
집이 워낙 잘 살다 보니 그 쪽에서 알아서 대접했어. '야나기'라는 일본 성도, 우리는 가만 있었는데
아무 대응이 없으니 답답했는지 제멋대로 붙여버렸지. 하지만 그렇다고 독립운동을 한 것도 아니야.
그런데 1938년 이후 감옥에 안 간 사람이라면, 우리집이 한 정도의 친일은 다 했단다.
어쨌건 그런 의미에서는 친일파 맞지
."

나중에 역사에 대해 공부하면서, 저 말이 정말 맞다는걸 배웠어.
그당시에는 천황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일본 말을 쓰고, 일본 이름을 갖고,
신사참배를 하지 않으면 무조건 감옥에 갔었으니까. 그랬던 사람은 일단 다 친일 행위는 한 거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어.
감옥에 가지 않는 정도로 그치지 않은 사람들.
소리높여서 충성을 외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충성을 더 강하게 맹세할 것을 강요하고,
아들들을 전선에 보내도록 강요하고, 딸들을 일본 군인들에게 바치도록 강요하고,
자기가 잡아가두고 잡아죽인 조선인의 머릿수를 세면서 출세를 바랐던 사람들.
같은 조선인들을 학대하고 부려먹어서 일본인들에게 갖다바치고
떡고물을 먹으며 즐거워했던 놈들

침묵하지 않았던 자들,
오히려 소리높여 우리를 말살하려던 놈들,
동포를 팔면서 보람을 느꼈던, '까짓거 잘 살면 그만이지'라고 외쳤던 놈들.

어떻게 그 두 부류가 같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침묵하고, 죽고싶지 않으니까 머리 한번 숙이고 분루를 삼켰던 사람들과,
분루는 커녕 자기존재 의미를 일본에 걸고 애널써킹에 여념없던 놈들이 다 똑같다고?

그건 당신들의 바램일 뿐이야.
멋대로 끌어넣지 마.

그렇게 살다 뒤지세요. 나랑 우리 아빠는 끌어넣지 마시고요.

이상 친일했던 집안의 자손이 한 말이야. 응, 난 우리 집안이 친일을 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당연했다고 생각하진 않아.
살아남기 위해, 자기 생활을 보전하기 위해 최소한의 굴욕을 감당한 것 뿐이야.
그걸 비겁하다고 해도 할 말 없어. 비겁한 거 맞고,
그래서 독립유공자 자손들 앞에서는 고개숙일 뿐이지.
적어도 할 말은 없다고 생각이라도 한다고.

하긴 니들이 수치를 알면 그렇게 굴었겠냐. 싸구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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愚公 2008/04/22 14:59 L R X
윤민혁님 소개로 들렸다가 좋은 말씀 잘듣고 갑니다.
'수치심을 버리는 자는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瑞菜 2008/04/22 23:48 L R X
업계분이시니 아시지만, 학문은 論보다 書 아니겠습니까.
그 쉰 떡밥. 당해낼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솔직히 저도 방면 물을 먹었지만,
우리나라 사학계는 특유의 기묘한 흐름이 있어서.
허수열 교수와 김낙년 교수가 2006년 역사비평 여름, 겨울호에서 일합을 뜬 건 다 아실 것이고.
결과는 아시는 대로지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네. 반박 못했습니다.

황금숲토끼 2008/04/23 03:20 L R X
愚公 님/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예, 짐승의 계보이자 세계입니다. 암울합니다.

瑞菜 님/ 제가 그래서 한국사쪽을 피해가긴 했습니다. 암튼, 일단 슬프게도 전 2006년의 일은 잘 모릅니다. 그때는 업계인이 아닌 직장인이었거든요. 그러나, 제가 하는 한도 내, 식민지 근대화론 자체가 반박 불가능한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허수열 교수님이 어쨌건, 이미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반박되었으니까요. 설마 瑞菜님도 "식민지 근대화론"자체가 세계 사학계에 있어 성공적으로 반박된 적 없다고 생각하시진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이라는 말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전 식민지 근대화론의 저변에는 제국주의에 대한 긍정과 함께 사회진화론에 대한 강렬한 수긍이 대전제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 명의 사학도 외에 생물학 학사로서, 전 사회진화론이야말로 인문학이 생물학에 대해 저지른 유사이래 최대의 테러이자, 바보짓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것만으로도 이미 식민지 근대화론은 설 자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 미숙해서 이리 섣불리 얘기하는 것일수도 있지만요.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식민지 근대화론"은 제국주의자-혹은 그로 인해 떡고물을 먹은 식민지 출신들-의 향수어린 자기합리화의 치졸한 산물에 불과합니다. 어디까지나 극단적응로 얘기하면, 이지만요.
瑞菜 2008/04/23 08:44 L R X
어젯밤에는 저도 조금 흥분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보고 통감한 한국사학계의 문제점은
한마디로 토끼님의 의견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학계의 전반적인 태도는 토끼님의 마지막 세줄과 동일합니다.
전 늘 그런 태도를 고수하며 고압적이던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반박은 했는데 서로도, 구경꾼도 수긍은 안 갑니다.
그럼 사실상 반박 실패지요.
해외에서 반박되었으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반박아 안 되지요?

사실 이건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가 서로를 초대한 이야기와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한줄요약으로 각설하고 조금 자극적으로 말하지요.
그 토끼님과 같은 소리나 하고 앉았기 때문에 문제라는 것입니다.
상대가 데이터와 자료를 내세웠으면 이쪽도 데이터나 자료로 상대해야 하는 것이 기본 아닙니까?
論보다 書입니다. 그건 기본입니다. 디시나 인조이에서도 그건 합니다.
그런데 그것도 안 하면 어쩌란 말입니까. 이러니 동정의 여지가 없지요.
황금숲토끼 2008/04/23 13:28 L R X
아하, 그 쪽이셨군요. 죄송합니다. 전 그 낚시엔 안 걸립니다(웃음).

조금 자극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님 같은 소리나 하고 앉았기 때문에 반박 못 했다는 자괴감에 땅이나 긁고 있는 게지요(웃음). 제 말을 읽고 궁금하시지 않나요? 해외의 격론들을 직접 찾아보세요. 대부분 영어논문이고 찾기도 쉽습니다.

밑의 세줄이 쓸모없는 소리로 보이시는 이상 님의 경륜이라는 것도 빤한 겁니다. 가서 공부하세요.

아참, 이걸 덧붙여야겠네요.
흥분해서 죄송하다는 분의 언사가 위보다 아래가 더 격합니다. 가서 진정하시고 뭔가 즐겁고 낙천적이고 기분 좋은 일을 하세요. 즐거운 하루가 중요합니다.
瑞菜 2008/04/23 20:42 L R X
배울만큼은 배웠습니다. 부족하기는 하지만요.

직접 말할까요? 감정적이고, 과격한 언사, 어설픈 음모론, 인신공격, 기저에 깔린 민족주의.(가장 큰 문제는 저도 마찬가지란 점입니다.)
특히 그 민족주의는 이제 진절머리 납니다.
사학사 수업 시험으로 이런 것이 나오더군요.
"앞으로의 사학사의 말전 전망과 과제에 대해 적으라."
그래서 이렇게 적었습니다.
"여태까지는 민족주의의 기차 하에 이끌어 왔다. 식민지배를 겪고 분단국가로써 통일을 이룰 떼 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통일 이후로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민족을 넘어설 대안을 과연 사학계와 사학자는 제시할 수 있는가?"
그랬더니 A던가 A+인가를 주더군요. 결국 내색은 못 했지만, 비슷한 고민들은 하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면 제가 뭘 말하고 싶은지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한가지는 확실히 하고 싶은데, 전 어느 계파도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내 멋대로 파"입니다. 절 멋대로 단정짓지는 마세요.
저도 저를 아직 정확히 분석 못했는데 어찌 타인이 저를 진단 할 수 있단 말입니까?

황금숲토끼 2008/04/23 23:00 L R X
조금 성의있게 남기려다가 관뒀습니다. 'ㅅ' 새삼 생각해 보니 제가 님 누나나 이모도 아닌데 뭐하러.;;

걍 가서 푹 주무시고, 시간도 늦었는데 좋은 꿈 꾸세요. 이 블로그엔 이가 많으니 안 오시는 편이 더 나을 겁니다. 그럼 전 이만, 인던 가 봐야 해서.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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